밤에 자기 위해 불을 끄면 불안하다. 사악한 귀신이 나올까 봐 그런 것은 아니다. 불을 꺼서 방이 어두워진 그 시간에는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명백해지기 때문이다. 다 큰 성인이 되어서 깜깜한 방이 두렵다니.
때로는 빛보다 어둠이 진상을 더 잘 드러내기도 한다. 밝은 낮에 형광등을 켜고 유튜브로 감각적인 영상을 틀어놓으면, 마치 내가 다른 무언가와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. 오디오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니 혼자인 것 같지가 않다. 밤에 불을 끄고 아무런 소음이 없이 조용히 어두운 방에 누워 있으면 그제서야 외로움이 몰려온다. 그렇게 잠이 오지 않으면 머리맡에 라디오처럼 음악을 틀어 놓아야 한다.
예전에는 타인과 어울리지 않고서도 나 혼자만 잘하면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. 그러나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.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유대 관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. 비유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. 외로움이 인간의 기대 수명을 깎아먹기 때문이다.1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기의 인생의 안녕이 위협받는 것이다.
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. 책을 읽으면서도 배웠지만, 그보다는 삶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. 자신의 노력을 기울여 인간관계라는 식물에 물을 주고 죽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했다. 관심을 기울이고, 개인적인 부분들을 서로 나누어야 했다. 아직도 쉽지 않다.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관계의 구획일까?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은 어디에 그어져 있을까? 이 말을 해도 될까? 설령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되어 들리지는 않을까. 그러나 모든 사람은 각각 처음의 인생을 살기에, 관계를 비롯한 모든 인생의 일들이 쉽지 않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. 그렇기에 모든 사람은 그 쉽지 않은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며 날마다 배우는 것이다.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.
각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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