생활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어 나가기 위해 여러 유익한 습관들을 정립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습관의 양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. 이때가 바로 습관을 줄일 때다.
습관 다이어트를 위해 내가 버린 습관 중 하나를 예시로 들자면, 바로 명상이다. 주기적인 명상은 분명 매우 좋다. 나는 명상이 현대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이기는 데 필수라고 생각한다. 그래서 예전에는 명상을 자주 했지만, 이제는 잘 하지 않는다. 첫 번째로 한자리에 꼿꼿이 앉아 눈을 감고 집중하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고, 두 번째로 그 어려운 일을 위해 잠깐의 시간을 내는 것조차 수고스러웠기 때문이다.
명상 말고도 여러 가지 좋은 습관이 있겠지만, 그 모든 습관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. 자신의 시간과 의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. 특히 이른바 의지력은 무한하지 않다. 의지력은 근육과 비슷해서 과도하게 사용하면 지쳐버리기 때문이다.1 또 각 사람의 취향이 달라서 서로 좋아하는 습관과 싫어하는 습관이 다르다. 다시 예시를 들자면 내가 좋아하는 습관은 독서, 피아노 연주 같은 습관이고, 싫어하는 습관은 운동, 명상이다(이런 훌륭한 습관들도 좀 좋아했으면 좋겠는데).
그렇기에 유지할 습관과 버릴 습관을 취사선택하는 일은 필수적이다. 남들이 미라클 모닝을 하고 하루 3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그것들을 따라 해서는 안 될뿐더러, 따라 할 수도 없다. 그러나 이런 생각은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. 특히 개인의 의지의 힘을 맹신하고 남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. 만약 이 좋은 습관마저 포기한다면 앞으로 다른 일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? 남들도 다 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?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색깔대로 펼쳐 나가야 하기에, 삶의 기저를 이루는 주춧돌을 정하는 일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해야 하고, 또 그 사실이 이상할 것도 없다.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. 모든 책임이 자신한테 있으므로, 모든 자유 역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.
각주
1Guy Winch, Emotional First Aid: Healing Rejection, Guilt, Failure, and Other Everyday Hurts (Plume Books, 2014), 24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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